The Grand Design
최근 언론을 통해 스티븐 호킹 박사가 “우주는 신이 창조하지 않았다”라는
주장을 펴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 책 출간보다 먼저 들려왔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처음 든 느낌은 “호킹이 아직도 저런 주장을 한 적이 없었단
말인가?” 였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목록에 호킹을 넣어두지는
않았지만, 마침 쓰기 시작한 킨들의 한가지 장점을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장점이란 사실상 종이 책이 서점에 진열되기도 전에 전자 책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교보 광화문 점에서는
이 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알라딘은 미 출간 서적이라고 나오고 YES24는
예약판매로 앞으로 보름 후에나 발송한다는 군요. 보통 세상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게 마련이고 그 시작은 신으로 비롯된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럼
신은 무엇에서 비롯되었느냐고 물으면 ‘스스로 있는 자’라고 대답합니다.
호킹은 이 우주가 ‘스스로 있는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있는
존재’는 하나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M-이론’이라는 현대 물리학입니다. ‘모든 것의 이론(TOE – Theory Of
Everything)’ 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M-이론’은 아직 완성되어 충분히
검증된 이론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마도 궁극의 이론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이 이 우주를 만들었고 시시콜콜 그의 의지와 변덕대로 조종하고 있다’ 는
주장을 반증할 방법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모델 종속
실제(Model Dependent Reality) 의 시각에서 가장 우아한 대답은 ‘신의
부재’이고, ‘신을 넣지 않고도 우주의 탄생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우주는 시작부터 끝까지 물리학의 원리 안에 있다’ 는 주장을 차근차근
펼쳐나갑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주 짧게 요약한 현대 물리학 강의입니다.
제1장에서 ‘The Mystery of Being’ 에서는 이 책이 던지는 주요 질문을
소개한 후에, 제2장 ‘The Rule of Law’에서는 멀리 이오니아인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학적 전통 속에서 물리 법칙에 대한 태도와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을 살펴봅니다. 제3장 ‘What Is Reality’ 에서는 picture(아이고, 뭐라
번역해야 할까요?) 와 이론 독립적인 실제(reality)가 불가능함을 논증하고
‘모델 종속 실제(Model Dependent Reality)’ 를 추구하는 태도를 견지할 것을
분명히 합니다. 제4장 ‘Alternative Histories’ 부터 슬슬 어려워 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양자론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양자론의 여러
시각들 중에서 파인만(Feynman)의 경로 적분(Path Integral)의 물리학적
해석에 집중합니다. 제5장 ‘The Theory of Everything’ 에서는 자연계에
등장하는 4개의 주된 힘(중력, 전자기력, 양력, 강력)들의 비밀을 밝혀낸
과학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어떻게 통합 되지 못한 여러 개의 이론을 얻게
되었는지 소개합니다. 마지막 통합의 기대를 받고 있는 ‘M-이론’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과정에서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아주 멋지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제6장 ‘Choosing Our Universe’ 에서는 빅뱅(Big Bang)이
주제입니다. 때문에 본격적인 우주론이 시작되는 장인데, 이 곳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중의 하나인 우주 탄생 초기에는 ‘시간(Time)’ 이 ‘공간(Space)’
와 유사한 특성을 가졌으며, 이 때문에 빅뱅은 ‘특이점(Singularity)’ 일
필요가 없다 주장이 소개됩니다. 이 주장은 결국 ‘우주는 스스로 존재한다’
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주장 중 하나입니다. 제7장 ‘The Apparent
Miracle’ 은 소위 ‘지적설계(ID – Intelligent Design)’ 론 자들이 활용하는
‘이 세계는 마치 인류가 존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기획된 물리법칙과
상수들을 갖고 있다’ 라는 주장을 다룹니다. 호킹은 ‘인본 원리(Anthropic
Principle)’ 와 ‘수 없이 많은 우주의 존재’를 통해 이를 설명합니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견해입니다. 마지막 제8장 ‘The Grand Design’ 에서는
재미있게도 콘웨이(Conway)의 ‘생명게임(Game of Life)’ 을 통해 자유의지에
대한 환상을 타파하면서 ‘스스로 존재하는 우주’ 에 대한 논증을 마무리
합니다. 결국 우리는 ‘양자 요동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 라는 것입니다.
따분하셨습니까? 그럼 킨들 이야기 조금 하고 끝내겠습니다. 막상 정식
출판된 책 한 권을 사서 읽어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보입니다. 첫째
아시아 지역이라고 팔지 않거나 더 비싸게 책정된 책이나 잡지가 있습니다.
가령 ‘Science News’ 라는 잡지는 아시아 지역에는 판매하지 않고 있으며,
‘Analog Science Fiction & Fact’ 라는 잡지의 구독료는 아시아지역이 미국에
비해 두 배입니다. 책들도 지역제한이 걸려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목록에서 아예 제외돼서 나오기 때문에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 확실히 조판 능력은 종이 책에 비해 아주 많이
부족합니다. 소설책 정도는 킨들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사진이나
표가 들어있는 책은 확실한 차이가 납니다. 이 책 역시 컬러 도판이 잔뜩
들어있는 책이라, 저는 PC 용 킨들로 나중에 죽 살펴봐야 했습니다. 셋째.
찾아보기(Index)부분은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사실 페이지 번호가 쓸모
없어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은데 최소한 하이퍼링크로
바꿔놓기라도 해야 할 듯싶습니다. 현대 물리학에 대한 좀 더 멋진 소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권해드립니다만, 서평을 분실했네요. 관련 포스트:
9월 26일에 덧붙입니다. 드디어 번역판이 "위대한 설계"라는 제목을달고
등장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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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 -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까치글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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