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A Simple Plan)

심플 플랜 - 7점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비채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가 있다고 하는데, 마침 얼마 전에 EBS에서 방영하더군요. 아직도 "있다고 하는데"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난시청지대에 살고 있고, 케이블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는 덕분입니다. 우연히 추락한 비행기와 그 잔해에 남겨진 돈가방을 발견한 3인이 돈을 꿀꺽할 계획을 세웁니다. 이후 상황은 자꾸 꼬여가고, 자신이 사이코패스임을 발견하게 되는 주인공들로 인해 늘어가는 피살자들. 작가가 보여주려고 한 것은 연쇄 살인마가 탄생하게 되는 필연적이고 설득력 있는 과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솔직한 느낌은 조금씩 무리한 도약들입니다. 아마도 유일한 설명은 주인공이 타고난 살인마라는 것인데, 이 역시 다른 감정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작품의 미덕으로 언급되는 치밀한 심리묘사에는 그리 큰 점수를 주지 못하겠습니다. 그 방면에서 떠오르는 더 탁월한 작품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입니다. 하지만 작품 전편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가는 능력은 탁월합니다. 눈으로 뒤 덮인 배경도 인상적입니다. 뒤에 덧붙인 글에서도 지적되지만 영화 "파고" 와 어떤 느낌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랍니다. 기가 팍 죽네요. 옆에서는 그만큼 읽었으면 한 권쯤 쓸 때도 되지 않았냐고 하는데, 그게 쉽나요. 관련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