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맨(The Sandman) 7 - 짧은 생애(Brief Lives)
‘영원’ 가족의 막내인 ‘분열(Delirium)’이 ‘꿈(Dream)’과 함께 300년 전에
떠난 ‘파괴(Destruction)’를 찾아 나선다. 이 여정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들을 낳고 그들 조차도 필멸의 존재가 느끼는 실존의 문제를 대면하게
된다. ‘분열’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높았던 적은 없다. 필멸의 문제에서
‘죽음(Death)’ 이 슬쩍 옆으로 물러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분열’이
만들어내는 이중성, 혼란, 가벼움은 대사와 더할 나위 없는 조화를 이룬다.
책에 따라 붙는 해설에서 충분히 설명되는 이야기를 또 반복할 필요는 없다.
다만 대사를 꼼꼼히 빠뜨리지 말고 챙겨 읽으시라는 경고는 해둬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에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뒤에 더 훌륭한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까? 설마. 부수적이지만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신들의 전쟁”에서 사용되는 모티브가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이시타르의 대사다. “난 신들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알아. 우린 꿈으로 시작해. 그러다가 꿈에서 지상으로
걸어 나오지. 숭배와 사랑을 받고, 힘을 갖게 돼. 그러다가 어느 날 우릴
숭배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는 거야.” 관련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