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망하고, 히틀러가 출세하고, 엔론이 파산하고, 언니가 엄마의 남자친구를 가로채는 이유
우리는 대체로 선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한 사람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도무지 양심이나 자책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 그렇다고 미친 것 같지도 않은 사람들. 마키아벨리 주의, 사이코패시, 경계선 인격 장애 등 여러 가지 심리학적 진단들이 있습니다만 한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요? 타고나는 것일까? 자라면서 그렇게 되는 것일까? 어릴 적 학대 때문에? 전형적인 본성/양육 논쟁으로 이어지겠지만 바버라 오클리의 "나쁜 유전자"에 의하면 본성에 가깝다고 합니다. 유전자 뿐만 아니라 뇌의 해부학적인 차이까지 보인다고 하는군요. 어머니의 남자친구를 훔친 언니, 발칸의 백정 밀로셰비치, 경계선 인격 장애자이자 사이코패스인 마오쩌둥... 이런 인물들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이 달라지는 군요. 반면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 에서는 반대되는 주장을 합니다.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통해 개인적 기질보다도 상황이 악을 잉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 군요. 이 책을 함께 소개 드리는 이유는 "나쁜 유전자" 에서 "루시퍼 이펙트"의 오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멋진 책을 소개 드리면서도 한편으로 찜찜한 이유는 번역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게 읽으면 저자의 주장이 뭔지는 놓지 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번역이 워낙 끔직해서 읽는 동안은 짜증스럽고 읽은 후에는 불안합니다. 번역에 대해 따로 평점을 주는 방법이 있어야 할 듯. 원서는 2007년에 출간된 "Evil Genes: Why Rome Fell, Hitler Rose, Enron Failed, and My Sister Stole My Mother's Boyfriend" 입니다. 관련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