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진화

협력의 진화 - 9점
로버트 액설로드 지음, 이경식 옮김/시스테마

현대의 진화론과 그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문제들에 대한 책들은 거의 모두 이 책을 인용합니다. 1984년에 초판이 나왔으나 번역서는 2006년 개정판을 원본으로 삼았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추천사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수많은 학자에게 영감을 제공했고 진화론이 빚어낸 희망입니다.

저자 액설로드는 일종의 게임대회를 개최합니다. 여러 분야의 학자들에게 “죄수의 딜레마”를 플레이하는 소프트웨어를 제출하도록 요청합니다. 이 소프트웨어들로 라운드로빈 방식의 일대일 대결을 반복합니다. 각 경기에서 얻은 점수를 합산하여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지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게임 이론이라는 수학에서 등장하는 문제인데, 이런 식입니다. 두 플레이어는 “협력” 이나 “배신”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둘 다 “협력”을 택하면 모두 3점을 얻습니다. 둘 다 “배신”을 택하면 모두 1점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한 명은 “협력”을 택했지만 다른 하나가 “배신”을 택하면 “협력”을 택한 멍청이는 0점을 얻고 배신자는 5점을 획득합니다. 게임이론 교과서대로 따져보면 항상 “배신”을 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배신”을 택하면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평균 3점을 얻을 수 있지만, “협력”을 택하면 평균 1.5점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둘 다 “배신”을 택하는 곳에 (게임이론의 용어를 쓰면)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이 만들어집니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집합적으로는 최선이 아닌 결과가 나옴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대회는 각 경기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반복적으로 플레이합니다. 이번의 배신이 다음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대회에서 사용한 규칙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만, 대략 요약하면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입니다.

대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보여줍니다. “팃포탯 (Tit for Tat)” 이라는 단순한 규칙대로 플레이하는 프로그램이 우승한 것이지요. 첫 게임에서는 무조건 협력한 후 그다음부터는 상대방이 직전에 했던 대로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협력으로 시작하지만, 그 이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한다는 뜻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결과를 참가자들에게 알리고 2차 대회를 엽니다.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팃포탯”의 우승입니다. 참가자들이 “팃포탯”에 대한 준비를 해왔음에도 그랬다는 뜻입니다.

“팃포탯’이 첫 번째 수로 “협력”을 택하는 것에서, “팃포탯”끼리 만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협력” 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전략의 틈바구니에서 우승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이상적인 사회가 아니더라도 협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희망을 봅니다. 다 아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꼭 한번 읽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