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터치는 대한민국 킨들인가?
지난 10일 알라딘에서 보낸 메일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죄송하게도, "크레마터치" 단말기 출고작업이 예정보다 다소 지연되고 있습니다. 오늘 자(12.9.10) 최신 펌웨어 버젼이 작업 완료되어, 아예 최신 버젼까지 업그레이드 해 출고해드릴 예정입니다. 받으신 후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시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조치임을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 작업 후 9월 11일~13일 사이, 순차적으로 출고해드릴 예정이오니 고객님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출시 전날까지도 펌웨어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이 되겠네요. 범을 하얗게 지새며 허둥대고 있을 개발자들이 눈에 밟혀 너그러워지지 않을 수 없더군요. 제품은 12일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당일에는 짬이 나지 않아 등록 정도만 해두고 사무실에 던져뒀습니다. 막 천명관님의 "고래"라는 작품을 시작한 참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보니 알라딘에서 전자 책을 파는군요. 즉시 구입해서 오늘 하루 보내고 나니 제품에 대해 뭐라 한마디 적을 만큼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 (13일) 밤에 한 통의 메일이 더 왔음을 알려드리는 것으로 시작하면 되겠습니다. 이번에는 문자도 함께 왔습니다.
구매 고객님들께서 공유해주신 이용 후기, 제안해주신 사항 등을 토대로 우선 9월 14일(금) 오후 중 최신 펌웨어버젼을 배포해드릴 예정입니다. 크레마터치 단말기를 켜신 후 펌웨어업그레이드 알림이 표시되면,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내일(9.14) 펌웨어 업그레이드 이후에는, 설정해두신 디스플레이>깜빡임 수준이 각 메뉴 조작시, 또는 "서점" 알라딘 방문시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일부 페이지 이동시 설정 수준과 달리, 깜빡임이 심한 점 등을 개선하였습니다.
10일의 최신 펌웨어 작업을 무색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깜박임
이 제품을 켜자마자 느끼는 것은 극심한 깜박거림입니다. 웹 브라우징을 할 때, 그 중에서도 키보드입력 중에 특히나 깜박거립니다. 제품을 처음 켜면 제품등록을 진행합니다. 와이파이 설정 후에 웹사이트에 로그인 하도록 유도하니 사용자를 시작부터 최악의 상황에 노출시키려는 것입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는 전략일까요? 와이파이 설정 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동안에도, AP 목록을 열심히 업데이트하느라 또 깜박거리는 것을 보니 웹 브라우징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비밀번호 입력하는 동안 만이라도 좀 참아주면 안될까요? 제품 등록 후 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깜박거림 관련 설정을 바꾼 것입니다. 일단 무조건 깜박거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뭔가 깜박거림이 약간 줄어든 것 같지만 많은 영역에서 여전합니다. 아마 두 번째 온 메일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는 말은, 지금은 여기 저기서 이 설정을 무시하고 있지만 14일의 업데이트 이후에는 달라질 거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듯합니다. 오죽하면 안드로이드 메뉴 버튼을 화면 리프래시 버튼으로 사용하겠습니까? 아이콘 모양도 바꾸지 않은 것을 보니, 금형 나온 다음에 기능을 정하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하면 무릴까요? 업데이트를 기다려 봅시다.
스크린세이버
지금 "자동 화면보호 전환 설정"이 5분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 값이었는지 제가 바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입력이 5분간 없으면 화면에 그림이 하나 나오면서 터치 입력을 막는 것이 의도한 기능일 겁니다. 그리고 이 상태는 상단의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아야 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기능이 그다지 아름답게 동작하지 않습니다. 5분이 지나고 그대로일 경우도 있고, 그림은 나오지만 터치가 살아있을 경우도 있고, 그림으로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터치만 꺼질 때도 있고, 상단 버튼을 누르면 그림 없이 하얀 화면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늘 불안할 정도로 자주 그렇습니다. 크레마터치 외에도 반스앤노블의 누크, 아마존의 킨들 키보드, 킨들 터치를 갖고 있습니다. 태블릿으로는 뉴 아이패드와 킨들 파이어가 있고, 유사 태블릿인 갤럭시 노트도 한대 있습니다. 아직 미국 내에서만 이 중 제가 가장 아끼고 늘 끼고 사는 기기는 킨들 키보드입니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킨들 페이퍼화이트를 구하면 아마도 바뀌지 않을까요?) 요즘 터치 없이는 스마트하다고 불리기 힘들지만 터치가 불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킨들 키보드로는 전철간이나 버스에서 어느 쪽 손을 사용하더라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필요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습니다. 그저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려두고 가끔씩 힘을 주기만 하면 됩니다. 또 움직일 때는 화면을 건드릴까 걱정할 필요 없이 그냥 한 손으로 아무렇게나 들고 가면 됩니다. 그러다 서면 그대로 다시 읽으면 됩니다. 물론 터치는 사전 검색이나 밑줄치기 같은 기능이 손쉬운 장점이 있지만, 저는 읽는 행위 자체의 편리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일단 터치 디바이스의 경우는, 읽지 않을 때 확실히 터치가 정지된 상태로 보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크레마터치는 이 것이 잘 안됩니다.
구매
크레마터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는 불필요한 단계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가령 책을 읽다가 홈 버튼을 누르고 "책읽기"를 선택하면 책장으로 갑니다. 그런데 이 때 읽던 책을 계속 이어 읽겠냐고 물어봅니다. 아마 올바른 이동방법은 책의 중간을 터치해서 컨트롤들이 나오게 한 다음 "책장" 버튼을 누르는 것일 겁니다. 왜 시키는 데로 안 하느냐고 묻는 것일까요? 이런 것들은 구매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입니다. 킨들의 구매 절차는 유명합니다. 진짜로 버튼 클릭 한번이면 구매가 즉시 완료되고 몇 초 내에 다운로드가 시작됩니다. 크레마터치의 사용자 경험은 어떨까요? 아시다시피 크레마터치를 지원하는 서점은 하나가 아닙니다. 저는 이번에 알라딘을 선택했고 신한카드로 구매해보았습니다. 크레마터치의 서점에서 "고래" 를 검색해서 찾아 들어갑니다. 물론 와이파이가 연결된 상태야 합니다. 구매 방법으로 신용카드를 선택하고 결제하겠다고 하니 INIPay 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화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그 화면 그대로 멈춰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INIPay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이, 시커먼 색깔인 게 버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 터치해보니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스마트 폰 결제를 하겠다고 합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동료는 휴대폰 결제를 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나는 분명 신용카드 결제를 선택했다고 그럴 리가 있냐고 합니다. 어쨌거나 내용을 보니 문자로 링크를 보내니 크레마터치에서 보여주는 인증번호를 웹사이트에 입력하고 스마트 폰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스마트 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정말 알았을까요? 아니면 말라는 것일까요? 결제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책은? 킨들 같으려니 하고 책장으로 가보니 아무것도 없군요. 리프래시 버튼 같은 게 있어서 눌러봐도 없습니다. 다운로드 버튼으로 보이는 화살표가 있어서 눌러봐도 소용없습니다. 다시 서점에 가서 헤매고 다녀도 다운로드 받는 곳은 보이지 않네요. PC 로 가서 안내를 찾아봐도 없고요. 구매내역을 찾아보니 "도서준비중" 이라고 나옵니다. 이건 무슨 소리지요? 한참을 그러다가 다시 책장을 리프래시 하니 "고래" 가 등장했습니다. 아하 단지 오래 걸린 것뿐이군요. 어디선가 나온 안내를 제가 놓친 것인가요? 그런데 한번 더 클릭해야만 다운로드 하네요. 제가 PC 로 웹사이트에서 구매했는지, 크레마터치에서 구매했는지 구분을 못하는 것일까요? 구매만 하고 다운로드는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엉뚱한 배려인가요? 사소한 문제들은 더 있습니다만 제일 중요해 보이는 세가지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특히 크레마터치에서 연결되는 웹 페이지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독서경험과는 한걸음 떨어져있다고 판단하고 생략합니다. 광고와 같이 대한민국 킨들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