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We-Think)
집단 지성이라는 용어는 좀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집단’으로
번역되는 용어들에 Collective, Collaborative, Mass등이 있고, ‘지성’으로
번역되는 용어들로는 Intelligence, Think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는 Collective Intelligence 인데 일반적으로 좀 더 시야가 좁고
전체적인 전략을 갖고 있지 않은 제한 지능들이 집합적으로 반응하고 기능할
때, 지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무엇이 창발적(Emergent)으로 등장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개미와 같은 사회적 생물에서 발견되는 현상에서부터,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대규모의 참여자들이 위키피디아의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행위까지 지나치게 넓은 분야를 함께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이런 광범위한 용법 때문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개미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지성'보다는 '지능'을 사용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알아두셔야 할 것은, 역서에서 사용되는 ‘집단
지성’이라는 용어는, 저자의 신조어 ‘We-Think’를 번역한 것이며,
위키피디아쪽으로 한참 기울어진 측면을 지칭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협업’, ‘공동’, Collaboration 등의 단어와 함께 사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 "거대규모 협업" 정도의 개념일겁니다. 좀 벗어나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제가 읽을 때 본문의 ‘집단 지성’이라는 단어가 계속
입안의 돌처럼 구른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저자는 무엇인가를
증명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다지 없어 보입니다. 아니면 증명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지도. 논증은 너무 혼란스럽고, 시작과 끝이 연결되지 않으며,
신념을 표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언급하지만(꽤 재미있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학생들 시켜 수집한
사례들을 급히 짜깁기 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런 사례들과 결론과의 간격은
지나치게 넓습니다. 뒤로 돌아봄도 앞으로 내다봄도 지나칩니다. 매사를
확대해석하고 있고, 아전인수격으로 갖다 붙이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뭔가
인류역사의 거대한 원리를 홀로 깨쳤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주장의 크기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줄였다면 좀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마도 저자가 더 집중했어야 하는 부분은 “거대한
규모의 협업을 조직하는데 있어서 그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일겁니다. 저자는 예전에 프로앰(Pro Am)
즉 프로 같은 아마추어들의 등장에 대한 주장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과연 나보다 항상 똑똑할까요? 우리가
모두 치고 받으면서 싸우고 있다면 그럴 리 없겠지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수많은 서로 상충하는 의견들 중에서 옳은 것들을 잘 골라낼 수 있을까요?
그런 게 저절로 될 리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협업으로 소위 창의성이 있다고
할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쩌면 ‘어떻게’ 보다는
‘무엇이’ 가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보통 평범한 구성원을 가진 대규모의
집단이 잘하는 것은 ‘빠짐없이 살피기’ 와 ‘이 것 저것 연결하고
섞어보기’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예 중에서
이 경우를 벗어나는 것을 하나라도 찾으실 수 있으십니까? 읽는
행위가 매우 짜증스럽게 느껴지게 하는 책입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역자의
잘못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경우 애당초 원서가 그렇다는 증거가 꽤
보입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만 흡수하시려면, 저자의 2005년 TED 강연을
보시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View subtitles 를 클릭하시면
한글자막을 선택하실 수 있는 메뉴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