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The Given Day)

운명의 날 - 8점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1919년 가을에 발생한 보스턴 경찰 파업을 중심으로, 1차 대전 직후의 미국을 그려냅니다. 스페인 독감, 보스턴 당밀재해, 인종 갈등, 노동 운동 등 그 당시의 역사를 이루는 사건이나 주제들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업에 주동적인 역할을 하는 경찰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도망쳐온 그를 사랑하는 여자, 고향에서 범죄에 연루되어 보스턴으로 도망쳐온 흑인 등 갈등과 차별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습니다. 모두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거나 쫓겨나서 서로 가족을 이룰 수 밖에 없는 인물들입니다. 아주 거친 시절이고, 경찰 파업으로 인한 시민 폭동과 그에 따른 주 방위군의 진압은 폭력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마초 기질로 똘똘 뭉친 거친 사내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루헤인 스럽고, 이 작품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작품보다 훨씬 큰 사건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 강도가 떨어져 보이는 군요. 기본적으로 (여전히 장르적인 코드를 유지하고 있는) 역사소설이고 여러 주제를 다룹니다만,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는 노동 문제라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가져오는 비극을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큰 강줄기 옆으로 실개천을 그려놓았는데,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동하다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되는 홈런왕 베이브가 그 주인공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들에서 주인공들과 마주치는 베이브의 모습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결국 보스턴을 떠나 뉴욕으로 떠나는 희망일까요? 부끄러움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