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포스(Olym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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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일리움(Ilium) 2부작이 완결되었습니다. 전작을 소개할 당시에는, 완결 후에 보시려면 1년쯤 기다리라고 말씀 드렸지만, 꼬박 2년이 걸렸군요. 이렇게 작품간의 간격이 있을 경우, 문제는 전작의 내용이 가물가물 하다는 것입니다. 기다렸다가 함께 읽으라는 권고를 받아들이신 분이 있다면 현명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 전작보다 한층 격렬해진 액션과 함께 최종 수렴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온갖 흥미로운 장치들로 가는 길을 꾸며놓았습니다만, 솔직히 좀 정신 없고 지치는군요. 태양계 규모의 난장판입니다. 특히 여러 면에서 히페리온(Hyperion)과 비교됩니다. 같은 작가가 쓴 같은 장르의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단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유사성들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작가의 세계관에는 종교와 예술에 대한 관점이 포함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유대인, 메시아, 학살, 희생을 다루는 방법이나 신과 인간의 본질, 삶과 죽음, 예술의 역할을 대하는 입장이 두 작품 모두 동일한 색조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히페리온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고, 히페리온 보다 집중력이 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댄 시먼즈의 팬들에게야 두 작품 모두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이 두 작품을 모두 읽을 시간이 없으시다면 이 작품보다는 히페리온을 보십시오. 이 작품은 세 개의 기둥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셰익스피어의 “폭풍우(The Tempest)”이고, 다른 하나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입니다. 여기에 베르길리우스, 프루스트등이 살을 붙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새워둔 다른 하나의 기둥은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예술은 무엇인가?” 입니다. 세번째 기둥이 당신을 끌어당긴다면 끝까지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겨운 난장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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