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대 외국인 정책

얼마 전에 아마존의 신형 킨들을 사고 무척 만족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한글이 나오기는 하지만 영 쓸만하지 않은 폰트가 따라오고, 한글 입력도 되지 않는 제품을 사고서 좋아한다는 뜻은, 한글 콘텐츠는 포기하더라도 영문 콘텐츠를 소비하는 용도로만 쓰겠다고 작정 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서 킨들을 쓴다는 것이 그리 썩 유쾌한 경험만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우연한 기회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로 저희에게는 팔지 않는 책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Tim Powers 의 미 번역 소설들을 찾다 보니 작가 페이지가 보이더군요. 작가의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습니다. 판형 별로도 골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킨들 버전의 목록에는 도서별 검색을 했을 때는 볼 수 없는 책들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클릭해서 도서정보를 보면 아시아에는 팔지 않는다는 안내가 나오지요. 참고로 (역시 제가 좋아하는) 김영하씨의 소설들의 영문 번역본 중에도 아시아에는 판매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아시아에 판매하지 않고 도서 검색에서도 조용히 숨겨져 있는 책들이 대략 30만권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저희가 살 수 있는 책은 40만권 정도 입니다. 둘째로 가격이 다릅니다. "Analog Science Fiction & Fact" 라는 잡지의 리뷰를 살피다 보니 리뷰어들이 언급하는 구독료가 사이트에 써있는 구독료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가격이 오른 것으로 추측하고 넘어갔습니다만, 잡지사의 사이트를 찾아가서 오프라인 구독료를 확인하니 리뷰어들이 언급하는 구독료와 동일하더군요. 그러면 킨들 버전이 종이 책의 두 배라는 뜻인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요. 제가 미국인이라고 주장해보기로 했습니다. 제 아마존 계정을 미국에 있는 친구의 주소로 바꾸고 거주 지역을 미국이라고 설정하니 너무 간단하게 지역 설정이 미국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위에서 짐작했던 것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납니다. 40만권의 책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던 제 킨들은 70만권으로 순식간에 말을 바꾸고, 잡지 가격은 절반으로 뚝 떨어집니다. 저 그냥 가짜 미국인으로 살까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12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I see that you attempted to purchase "The Grand Design" while in a different country than the United States listed on your Amazon account. Certain Kindle titles are not available everywhere. We are reaching out to you to ensure the best possible service for your account. If you have moved to a different country, you can easily update your country for your Amazon account at www.Amazon.com/manageyourkindle If this is not the case, and you would like to share information that you live in the United States, we can be reached by fax at 001-206-266-1838 from outside the US, or 206-266-1838 from within the US. Helpful information includes: – Passport – Military ID – Permanent Resident Card – Driver’s License – Other state photo identity card

뭔가 약간의 혼란이 끼어든 것 같습니다. 제가 "The Grand Design" 의 킨들 버전을 구입한 것은 제 계정의 지역 코드를 미국으로 변경하기 전이고, 이미 다운로드 받아서 다 읽어버린 상태입니다. 즉 "The Grand Design" 은 판매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 40만권에 속한다는 것이지요. 아직 제가 입력해둔 국제전화번호로 연락이 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어찌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