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트(Spent)

스펜트 - 9점 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옮김/동녘사이언스

얼마 전에 이마트 피자 비판에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나?”라는 정용진씨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대기업에게서 윤리나 도덕을 기대하지 않는 저로서는 신경 쓸 문제가 아닙니다만, 한편 “그럼 소비는 뭐로 하지?”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당연히 “먹고 살려고” 하지요. 하지만 그 것만으로는 최근 1년간 사들인 아이폰 2대와 전자 책 리더 2대가 설명이 안됩니다. “디자인” 의 시대입니다. 제품의 기능, 내구성, 가격보다도 “디자인”을 중시하는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감성에 호소하라고도 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머무르지 말고 열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교리의 정점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습니다. 그와 그의 회사의 모습에서 성공의 교리를 끄집어 내려고 모두들 열심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왜 우리는 “디자인”에 열광하고 있는 걸까요?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우리의 모습을 “소비주의”라고 진단하고, 마케팅이 우리의 “과시 본능”을 부풀리고 꺾고 왜곡하고 좌절시키고 실현한 결과라고 봅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먼저 마케팅이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설명합니다. 그리고는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인간의 “과시 본능”을 분석하는데, 우리의 소비 문화 역시 결국 공작새가 끊임없이 꼬리를 꾸미게 되는 과정과 동일한 과정을 밟고 있는 중임을 논증합니다. 즉 나는 “이렇게 확실하게 쓸만한 놈이다” 라고 광고하기 위함이라는 뜻입니다. 학술용어로는 “적응도 과시를 위한 신호를 전달”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우리모두 명상의 시간을 갖고 과시 본능을 극복하자고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자는 “고삐 풀린 소비주의”는 적응도 과시를 위한 신호를 전달하는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고 낭비가 심하니, 다른 방법으로 서서히 전환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보자고 주장합니다. 저자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는데 이 부분은 여러분이 직접 읽어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좀 어마어마한 변화라서요. 한편 저자는 이 “적응도”를 좀 더 분석하는데, 결국 “개인차의 중요한 여섯 가지 차원”에 도달합니다. 이 여섯 가지 차원은 잘 알려진 일반지능(IQ)에 성격 5요인(Big Five Personality Traits)을 합친 것입니다. 성격 5요인은 개방성, 성실성, 친화성, 정서 안정성, 외향성입니다. 전에 소개 드렸던 “스눕(Snoop)”이라는 책에서도 중요하게 다룬 내용인데, 여러 실험을 통해 검증이 되어 현대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동의를 확보하고 있는 이론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있던 성격 유형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군요. 어쨌거나 개방성과 기생충과의 관계와 같은 독특한 실험 결과들을 곁들여서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비단 이 곳뿐만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 골고루 뿌려져 있는 저자의 위트는 보통의 수준을 훌쩍 넘어섭니다. 자 이런 시각에서 처음에 제시한 두 질문을 바라보면 어떤가요? 끝 부분을 보강하면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관련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