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Sn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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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 -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한국경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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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핑(Snooping)이라고 하면 보통 네크워크에서 오가는 데이터들을 훔쳐보는
행위를 뜻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엿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전직 점쟁이가 들려주는 실용서라기 보다는
심리학자가 진지한 어조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책입니다. 사실 점쟁이가
사용하는 주 기술은 콜드리딩이라는 것으로 상대방의 반응에 재빨리 대응하고
유도하는 기술입니다. 기본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하는 동안
주변에 다양한 흔적들을 남기는데, 이 것들을 잘 분석하면 그 사람의 심리에
대한 중요한 단서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흔적들을
‘행동양식의 잔여물’이라고 부릅니다. 워낙 무의식적인 행동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쉽사리 조작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어찌 보면 CSI 수사대가
완전범죄는 없다고 주장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큰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이 대상으로 하는 것들은 주로 오랜 세월 그 사람의 주변에 쌓여온
것들입니다. 책장에 쌓여있는 책들, 음반이나 DVD 컬렉션, 화장대나 책상의
모습, 액자에 꼽힌 사진과 방향,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나 사진들, CSI
수사대에 가까운 것으로는 쓰레기통 뒤지기가 있네요. 여러분들도 나름 대로
이런 것들을 통해 사람들의 심리를 추측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책이나 서재에 아부 민감해서 TV에서 인터뷰할 때 등장하는 배경에서 책들을
유심히 살핍니다. 두 가지를 짐작할 수 있는데 하나는 그 화면이 아마도 그
사람이나 방송국이 선택해서 보여주고자 의도된 화면이라는 것이고(어느
쪽인지는 자세히 살피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그렇게 내보인
책들의 목록으로부터 그 사람의 심리를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연구 결과들을 하나하나 인용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스누핑의
세계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문제는 훔쳐보는 행위가 좀 구질구질한
짓이라는 겁니다. 번역은 실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