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Pythagorean Crimes)

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6점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살림

도서관을 뒤져 보아도 수학을 소재로 한 소설은 찾기 힘듭니다. 오가네도 아직 까지 두 권 정도 소개 드린 것이 전부 인 것 같습니다. 평면 세계를 통해 차원의 문제를 다룬 동화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Flatland)” 와 골드바흐의 추측을 중심으로 “수학” 보다는 “수학자”라는 문제를 다룬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Uncle Petros and Goldbach’s Conjecture)” 입니다. 두 권 다 썩 훌륭한 평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가 수학 소설을 찾기 힘든 것과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소설적인 완성도와 수학이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조금만 진지해져도 수학이 갖고 있는 깊이와 아름다움이 주는 인상이 지나치게 강하게 드러나서, 소설적인 균형과 재미를 무너뜨리고 맙니다. 지금 소개 드리는 작품도 마찬가지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는 평면적이고, 사건의 전개도 작위적입니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수학사적인 문제들이 흥미를 끄는 것인데, 이 또한 난삽한 면이 있습니다. 제목이 가리키는 “피타고라스 범죄”란 피타고라스 학파라는 공동체가 유리수 체계에 의해 지탱되는 교리를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발견한 제자를 죽여서 비밀을 지키고자 했던 일을 가리킵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 입니다. 혹 이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없으신 분은 이 책을 피해야 합니다.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들로 머리만 아플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이 작품에서 피타고라스 범죄를 유발한 문제는 힐베르트 프로그램과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 입니다. 힐베르트의 야심 찬 계획이 괴델에 의해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좀 날림 공사입니다. 그래도 관심 있는 분들은 끝까지 가실 수는 있을 겁니다. 관련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