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타워(The Dark Tower) 1 - 최후의 총잡이(The Gunslinger)

다크 타워 1 - 6점 스티븐 킹 지음, 박산호 옮김/황금가지

제가 스티븐 킹에 빠져들게 된 것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Hearts in Atlantis)" 때문입니다. 그 전에도 우연한 기회에 대학선배가 갖고 있던 작품들을 빌려 읽어보기는 했습니다만,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번역이 시원치 않았던 것인지, 공포소설을 쓰는 싸구려 작가라는 선입관이 박혀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둘 다 조금씩 몫을 했겠지요. 그러다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를 읽고는 뭔가 한참 잘못 판단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시기에 장르소설들의 코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 보다는 그가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 에서 주장하는 방식의 "글쓰기”에 수긍한 면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두 작품 모두 서평은 행방불명입니다. "유혹하는 글쓰기" 훔쳐간 사람은 자수하시오.) 이제 킹의 작품은 읽지 않은 것을 따지는 편이 아주 많이 수월합니다. 하지만 그의 최후의 대작이라고 불리는 "다크타워(The Dark Tower)" 시리즈는, 예전에 일부의 번역본이 출간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겨뒀던 작품입니다. 원서 자체가 완결 되지 않았던 시절이고, 진짜 완결판이 나올지도 의심스럽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갑작스럽게 5,6,7부가 차례로 나와서 완결되더니, 마침내 황금가지에서 완역의 의지를 공표하고 있고, 돈 없어서 도중 포기할만한 출판사는 아니니 시작해도 될듯합니다. 7부로 구성된 작품이 완결되기까지 구구절절 한 사연은, 책의 말미에 붙은 조재형씨의 해설에서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여는 글", "머리말", "저자 후기" 에서 저자 역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쓰게 된 사연과, 이미 출판했던 작품을 다시 고쳐 쓴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좀 걱정스럽더군요. 또 갑작스럽게 5,6,7부를 끝냈다는 소리는 독자를 더욱 불안하게 합니다. 저자 자신은 톨킨의 "반지의 제왕",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롤랜드 공자 암흑의 탑에 이르다" 의 영향이 버무려졌다고 주장합니다. 적어도 화면은 "황야의 무법자"에서 따온 것이 맞는듯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 역시 서부극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황무지. 총잡이들의 세계는 권총 찬 아더왕의 기사단을 보는 듯하고, 죽어라 뭔가를 찾아가는 모습은 "반지 원정대"가 생각납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사막을 가로질러 달아나자 총잡이가 뒤를 쫓았다." 로 시작한 소설은 정말 브라우닝의 시처럼 나팔 부는 것으로 끝날까요? 작가의 초기작이라 그런지 킹의 역량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뭔가 엄청난 것들이 남아있다는 기대감이 아니라면, 이 작품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듭니다. 저자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있어서 역자가 또 수정했다고 합니다. 어디를 어떻게 수정했는지, 잘 찾아볼 수 있게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