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바뀐다고?
뇌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 어린애가 아니라 다 큰 어른이나, 수십 년간
장애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뇌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 조금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장애에서 회복할 수 있고, 뇌의 생긴 모습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을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하는데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이라는 책에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라마찬드란이 거울상자를 사용하여 잘린 팔다리가 아직 멀쩡히 붙어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환상지(Phantom Limbs)를 치료하는 장면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이야기도 이 책의 7장에 다시 등장합니다. 정신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뇌 가소성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책의 말미에
제공되는 빼곡한 참고문헌 목록이 없다면 믿기 어려운 놀랍고도 신나는
이야기들입니다. 저자는 먼저 감각치환(Sensory Substitution)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충격에 빠지게 만듭니다. 어지럼증 환자들을 위해 인공
전정기관을 혀로 연결하고, 맹인의 눈을 대신하기 위해 피부로 영상을 보내는
장치들을 소개합니다. 이어 저자는 불굴의 의지로 고도 장애를 갖고 있던
자신의 뇌를 교정하고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이 훈련 법을 제공하는
애로우스미스 학교(Arrowsmith School)를 창설한 바버라 애로우스미스 영의
이야기와 인공 달팽이관과 패스트 포워드(Fast ForWord) 프로그램의 개발자가
말하는 과학적인 뇌 훈련 법에 관한 이야기, 구속 유도(CI,
Constraint-induced) 운동 요법으로 뇌졸중에서 회복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편 저자는 뇌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얻어진 뇌 가소성의
원리들을 가지고 자신의 영역인 정신분석학의 여러 측면들을 설명하려고
시도합니다. 탈학습(Unlearning),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
등을 다루고 대화 요법(Talking Therapy)이 뇌에 가소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입니다. 이를 위해 상상한다는 것이 사실 물리적인
행위임을 보이고, 프로이트를 재해석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뇌 가소성과
문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진단을 시도하는데, 사실상 밈(Meme)의 생물학적
기반을 주장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어찌 보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만, 하나하나 버리기 아까운 이야기들입니다.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 쓰는 재주가 보통이 아닙니다. 관련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