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The Man Who Knew Too Much)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 - 8점 데이비드 리비트 지음, 고중숙 옮김/승산

앨런 튜링(Alan Turing)이라는 이름이 기억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수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튜링 기계(Turing Machine)'과 '결정가능성 문제(Decidability Problem)'을 떠올리실 거고, 컴퓨터 공학자라면 '현대적 컴퓨터의 창안자', '튜링 검사(Turing Test)'와 '튜링 상(Turing Award)'를 기억하실 거고, 나머지 분들은 '2차 대전 때 독일군의 암호 체계 에니그마(Enigma)를 깨뜨린 사람', '청산가리 용액에 담근 사과로 자살한 동성애자'를 떠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애플사의 로고가 앨런 튜링을 기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앨런 튜링'에 대한 좀 특이한 전기입니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가 이룬 업적들과 살아가는 방식을 차근차근 적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리 특이할 사항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수학이나 공학적 배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업적을 설명함에 있어 '끝까지 가'려고 합니다. 그의 논문을 하나하나 읽어 이해하고 쓰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하지만 잘 읽어보면 한계가 드러난다는 것이 첫 번째 안타까움입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성공적이라는 평을 들을 만 하니 너무 빨리 포기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저자가 동성애자라는 것에서 옵니다. 동성애자라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튜링이 동성애자인 것과 그의 업적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이 책이 문학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