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기억 - 8점 알베르트 슈페어 지음, 김기영 옮김/마티

슈페어는 히틀러의 건축가로 출발하여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군수장관을 역임한 나치 전범입니다. 히틀러의 장관 중 유일하게 사형선고를 받지 않은 인물로, 20년의 형기를 치르는 동안 집필한 회고록이 오늘 소개 드리는 작품입니다. 방대한 메모와 서류들을 보존해온 덕에 높은 수준의 디테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 측근이 바라본 히틀러를 비롯한 이너서클의 면면과 전시 독일의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자른 자료들과 비교해보아야 이 작품에 어느 정도의 자기변명이 스며들었는지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럴만한 자료가 없네요. 되니츠의 회고록이라도 구해봐야겠습니다. 슈페어는 요즘 기준으로 볼 때 CEO적인 재능을 갖고 있던 인물로 보입니다. 전시 총 동원령 없이도 산업계를 지휘하여 그 정도의 생산성을 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은 아무리 전범이라도 능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들고 다니면서 읽으시면 팔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한편 마티라는 출판사는 이 책의 초판을 리콜했습니다. 이유는 30여 개의 오탈 자가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100여권이 판매된 시점에 리콜에 들어갔는데 회수 없이 구매자를 일일이 확인하여 새로 보내주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한 권 새로 받았습니다. 판매된 것은 100권 정도지만 서점에 나가있는 분량은 600여권 정도였답니다. 아마도 초판은 1000권 정도 찍었다고 봐야겠지요. 960페이지중 30여자의 오탈자 때문에 37,000원짜리 책을 1,000권 리콜한다? 그것도 다 팔릴지도 모를 책을? 사명감이 있는 건지 무모한 건지 모르겠지만 평범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네요. 부디 망하지 말고 오래 버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