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방울새

십 년에 한 번씩 세상에 나와 문학상을 쓸어가시는 분이 있다. 도나 타트. 그녀의 세 번째 소설이다.

소년 시오는 미술관에서 폭탄 테러로 엄마를 잃고, 자신은 큰 상처 없이, 얼떨결에 전시되어 있던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라는 작은 그림을 들고나오게 된다. 이후로 상실, 집착, 선택, 유약함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일단 무지하게 재미있으면서도, 문장, 플롯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다. 디킨스 적이라는 평들이 있는데 올리버 트위스트나, 데이비드 코퍼필드처럼 성장 소설이라는 점,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우연으로 얽혀들어 가는 것, 중심 플롯 주변의 잔가지가 무성하다는 점이 비슷하다. 그리고 작품이 무척 길다.

<황금방울새>라는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1654년 작품인데, 같은 해 파브리티우스는 화약 공장 폭발 사고로 사망한다. 묘한 겹침이다. 이 그림의 크기가 A4 용지보다 조금 큰 정도라는 것을 기억해두면 좋다.

출판사의 광고를 보면 "완독률 98.5%의 압도적 1위"라는 구절이 있다. 완독률 98.5%? 가능한 소린가? 찾아보니 호킹 지수라는 것인데 "아마존 킨들을 통한 완독률"이라고 출판사는 소개하고 있다. 마치 1,000명이 시작하면 15명 빼고 모두 끝까지 읽는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좀 믿기 어려운 소리다.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전부 1,068쪽의 책을 평균 1,052쪽까지 읽는다? 이 역시 믿기 어려운 것은 매 한가지다. 호킹 지수 98.5%는 완독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숫자다. 아마 책의 끝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독자들이 많다는 뜻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