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탐사


몇 년 전에, 한참을 불면증에 시달린 후 산책을 시작했다. 취침 시간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있는 듯해, 되도록 저녁 시간에 나간다. 요즘처럼 무더위에 허덕일 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인데, 한겨울에는 좀 괴롭다. 평창동의 미끄러운 비탈이라도 만나면, 몇 시간 잘 자보겠다고 하다가 영면에 드는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칸트 선생님은 생각하시느라 지루할 틈이 없으시겠지만, 범부는 종종 지루해진다. 기왕 걷는 거 뭔가 목표를 만들어보자.

내가 지도를 그릴 때는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도로 데이터를 사용한다. 이 데이터에는 (100%라는 확신은 없지만) 차량이 갈 수 있는 도로만 들어있어서, 빠진 보행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단과 산길이 그렇다. 이 페이지는 그것을 체계적으로 찾기 위한 작업 지도다.

목표는 모든 도로의 경계와 겹치는 셀을 지나가는 것이다. 셀은 한 변이 약 15m다 (z21 타일이라고 하면 알아듣는 분들도 계신다). 도로가 면으로 그려져 있으면 그 외곽선이 기준이다 — 8차선 도로 한가운데를 지나는 셀을 만들 이유가 없고, 실제로 걷는 곳은 길가다. 그래서 넓은 도로는 양쪽을 따로 걷게 된다. 자동차 전용도로라면 당연하고, 보차혼용이어도 그 규모면 가운데를 걸으며 좌우를 꼼꼼히 살피기는 어렵다.

많아 보이지만 셀 하나하나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길을 따라 걸으면 그 길의 셀이 한꺼번에 채워진다. 이렇게 목표로 삼은 모든 셀을 지나가면서 주변을 살피다 보면, 지도에 나오지 않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그 길을 걸어서 기록한다. 눈치채셨겠지만, 로그인 사용자에게는 지도에서 탐사 버튼이 제공되어, 걸어간 모든 궤적이 서버로 전송된다.

서버는 궤적을 반영해서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진척도를 집계한다.

54.3%
4,621칸 중 2,510칸
걸음 2,510지도에 없던 길 21군데 260칸남음 2,111

막대의 보라 구간은 걸어서 찾은 길이다 — 없던 길이 드러나면 그것도 마저 걸어야 하므로 과제에 더해진다.

평창동 도로망. 옅게 깔린 칸이 걸어야 할 셀, 초록이 걸은 칸, 보라가 지도에 없던 길이다. 등고선 50m 간격.

어떻게 쓰나

지도 오른쪽 아래 ⛶로 현장 모드에 들어가면 내 위치·방위·기울기와 함께 탐사 버튼이 나온다. (로그인하지 않아도 현장 모드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탐사 버튼이 나오지는 않는다.) 켜면 걸으면서 지나간 셀이 주황으로 칠해지고, 끄면 그 궤적이 서버에 올라간다.

인접한 동의 이름이 표시되는데, 탐사 페이지가 있으면 링크가 제공된다. 인접한 동으로 넘어갈 때 클릭하면 지도가 바뀌어서 탐사를 계속할 수 있다.

지도에 없는 길을 지나면 알아서 찾아준다. 가끔 (사실은 자주) 오탐하기도 하는데, 그리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