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기원

부의 기원6점
에릭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일단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부터 짚고 넘어갑시다. 교과서에서 배운 경제학은 꽤 빛나는 통찰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현실에 대한 (가령 경제 정책자들이 필요로 하는) 유용한 수준의 설명을 제공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저자는 경제학이 애당초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진화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모델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고전 경제학이 기초한 평형과 비용 없는 합리성이 현실 계를 왜곡하는 가장 큰 이유이고, 복잡 계를 다루는 방법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결과만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세계 경제라는 복잡 계를 진화라는 코드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실망스럽습니다. 진화란 인류가 속한 생물계에서만 발생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복제자”가 존재하는 모든 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명한 원리입니다. 자명하다는 말은 일정 속도 이하로 던져 올린 공은 반드시 떨어진다는 말만큼 당연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경제계에도 복제자가 존재한다면 진화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유용한가 입니다. 진화론은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아주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원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통찰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계산가능성 원리 때문에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서 내일 날씨를 예보하는 것이 무의미해지지는 않습니다. 진화론으로의 전환은 예측을 시뮬레이션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유용한 수준에서 복제자를 모델링 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박물학적이고 지엽적인 지식들만 잔뜩 만들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분량을 반쯤 줄였다면 더 좋은 별 점이 나갔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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