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의 진실(High Crimes)

에베레스트의 진실8점
마이클 코더스 지음, 김훈 옮김/민음인

예전에 1996년의 에베레스트에서 발생한 등반사고를 그린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를 소개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산악 문학의 명저로 꼽히는 만큼 히말라야에 가면 이 책과 DVD가 지천에 널려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유명세가 오히려 준비가 안된 아마추어 등반가들을 에베레스트로 불러들이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상업등반대가 제공하는 전문적인 가이드 서비스 때문에 돈과 체력만 있으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2004년의 에베레스트는 상업등반대와 그 고객들로 북적대는 난장이 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2004년에 있었던 자신의 에베레스트 도전기와, 반대쪽 사면에서 일어난 미국인 닐스 안테사나의 실종을 중심으로 에베레스트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타락상을 고발합니다. 큰 돈이 움직이는 가운데 기회를 찾기 위해 온갖 비열함이 등장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재충전 산소통을 신품인양 속여 파는 것이나, 환경정화 한답시고 모은 기금으로 흥청망청 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도 그리 신기하지 않습니다. 정상을 밟고 내려왔으나 탈진한 사람의 사진을 훔쳐 자신이 정상을 밟았다고 사기치고 다니는 인간은 충격적입니다만,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이코패스중 하나 일뿐입니다. 하지만 마치 사이렌의 소리에 홀리듯 에베레스트를 찾아 오는 사람들, 준비 없이 와서 다른 등반가들의 노력과 투자에 무임승차하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죄책감은 쉽게 해결될 수 있어 보이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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