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런(Born To Run)

본 투 런 Born to Run9점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페이퍼로드

흔히 사람은 머리 좋은 것 빼놓고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생존에 유리한 육체적 특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합니다. 근육이나 이빨은 말할 것도 없고 눈이나 코 같은 감각 기관 역시 그다지 특출 난 부분이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예전에 사람이 지구상의 어떤 동물들과 비교해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 이야기입니다. 소위 마라톤에 있어서 인간에 필적할 수 있는 동물들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인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한 신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귀가 솔깃한 이야기지만 안타깝게도 어디에서 들은 이야기 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울트라러닝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나게될 것입니다. 제가 전에 “우리는 왜 달리는가” 라는 책을 소개드릴 때는 울트라러닝을 “울트라 마라톤이란 일반 마라톤의 두 배를 넘는 거리인 100Km 를 달리는 경기입니다” 이라는 말로 소개 드렸습니다만, 이 책을 보니 80Km 경주부터 150Km, 심지어 그보다 한참 더 긴 거리까지 다양한 것 같습니다.

울트라러닝에 관한 잡지 기사를 쓰던 저자가 코퍼 캐니언의 황무지에서 벌어진 80Km 울트라러닝에 참가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주축을 이룹니다. 카바요 블랑크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조직한 경기인데, 세계 정상급의 울트라러너들이 단지 신비에 싸인 원주민 타라우마라 인디언들과 겨루기 위해 그들의 터전을 찾아오게 됩니다. 이 타라우마라 인디언들은 여전히 원시적인 삶의 형태를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고,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린다고 합니다. 단지 손으로 대충 만든 샌달 만 신고 울트라러닝 대회에 간혹 출전하여 우승하는 원주민들의 모습에 세계의 울트라러너들은 매혹되고 맙니다.

그들을 관찰하면서 저자는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직립보행, 커다란 두개골, 털 없는 피부 등 수 많은 특징들이 오래 달리기 위한 변화라는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합니다. 관련 연구들을 인용해 주지만 교양 과학 서적이라고 부를 만큼 깊이 파고들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참고 문헌 목록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시작할 때 꺼낸 의문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재미있는 주장을 하나 더 소개하고 있습니다. 운동화가 발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역시 다른 연구자들의 주장을 인용한 것인데, 고급 운동화는 발의 고통을 제거할 뿐 충격을 제거하는 데는 성공적이지 않다거나, 지금 운동화들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운동화를 신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들이라는 귀가 솔깃한 내용입니다. 맨발에 가까울수록 부상이 적다는 것인데, 나이키가 들으면 펄쩍 뛸 내용들입니다. 역시 관련 자료를 충분히 깊이 있게 제시하지는 않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따로 조사를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타라우마라 인디언들에 대한 호기심은 때로 원시에의 동경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간혹 뚜렷한 이유 없이도 원시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싶어합니다. 책에서도 간혹 그런 표현들과 선입견이 등장하기도 합니다만, 그냥 넘길 수 있는 수준입니다.

스스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놓칠 수 없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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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to 본 투 런(Born To Run)

  • 인간에 대한 호기심…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론 두 번에 걸친(콜로라도와 코퍼캐니언) 경주,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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