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

지상 최대의 쇼9점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김영사

2009년은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지 15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런저런 행사들이 마련된 것으로 아는데, 가장 멋진 선물들 중 하나가 이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동안 도킨스의 저작물들은 진화가 사실인지의 여부를 가리는 증거들을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동력학에서 만유인력의 증거를 다루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어느덧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역시 대학 교수로 있는 분에게 대학에서 사용하는 진화론의 표준 텍스트가 무엇인지 물어보았으나, 그런 수업이 있기는 한지도 확실히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런데 도킨스가 보기에 진화를 그다지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화의 증거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증거를 하나씩 다루면서 배경 지식까지 소개하다 보니 꼼꼼히 따져보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좀 지루할 수 있겠습니다만, 중간중간 몇 군데만 참고 보시면 그만한 값을 하는 작품입니다. 진화론의 교과서로 사용되어도 손색이 없을듯합니다.

어릴 적 학교 수업시간에 “진화론” 의 “론(Theory)”은 아직 증거가 불충분한 이론에 사용되고, “만유인력의 법칙” 의 “법칙(Law)”는 확정적인 증거가 있을 때 사용된다고 배운 적이 있습니다. 교과서나 표준 교과과정에 그런 내용이 있었던 것인지, 교사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다지 쓸모 있는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아주 한참이 지나서입니다. 이 책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된 논증을 펼치고 있고, 과학은 무언가를 증명할 수 없다는 철학적 태도의 공허함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이 것이 지식인들 사회에서 논쟁을 촉발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 걱정스러운 것은 도킨스가 뒷정리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자신의 저작들을 살펴보고 빈 곳을 채우고, 사후에 취약해 보이는 곳들을 보수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부디 오래 버텨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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