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래(The Future of Repu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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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똥 때문에 승객들과 다투다가 유명세를 치른 “개똥녀”사건으로 시작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이슈로 발전한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전 세계에 사진과 신상명세가 돌아다니고, 결국 다니던 학교도 그만뒀다고 합니다. 욕을 먹을만한 짓을 한 것은 맞습니다만, 그 처벌의 수위는 지나칩니다.
법학 교수라는 배경을 갖고 있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살피고자 하는 문제는 “프라이버시”입니다. 최근에 블로그나 게시판,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들로 대표되는 인터넷은 프라이버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수긍이 가는 주장입니다만, 세 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된 1부에서 다양한 사례들과 균형 잡힌 해석으로 이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각 장마다 참고 문헌이 빼곡히 붙는 완성도 있는 논문 스타일입니다. 이제 이 책의 본론이 2부에서 등장합니다. 먼저 인식해야 하는 문제는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는 서로 상충하는 면이 있으면서도, 둘 다 “자유”를 위한 장치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세심한 법적 배려가 필요하며, 부족한 부분은 여러 가지 규범들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주장입니다. “공공장소에서는 프라이버시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식의 단순한 기준은 이제 효용이 다했으며, 좀 더 섬세한 새 기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작업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손상되는 부분에 대한 분석은 별로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리 걱정을 하고 있지 않은듯한데, 미국 법에서 현재 “표현의 자유”에 의해 “프라이버시”가 과도하게 억제되고 있다고 보는 듯 합니다. 가령 미국의 경우 명예훼손은 거짓 진술에만 적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자의 주에 따르면, 한국법에서는 거짓 진술이 아니더라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저자가 주장하는 균형의 문제가 한국법의 현실에서 어떤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저 법안의 제목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결론이 나오기는 무리일 것 같다는 뜻입니다. 미국법과 한국법의 차이에 관한 부분을 따로 지면을 할애하여 정리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취하고 있는 “권위적이지 않은 법에 의한 통제”라는 방향은 우리에게도 유효해 보입니다. 멋진 책입니다. 저자는 Concurring Opinions 라는 법률 블로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책 소개는 끝났습니다만 몇 가지 잡설이 남았습니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전부 8개의 장중 4개의 장을 누군가 연필로 잔뜩 칠하고, 줄긋고, 동그라미 치고, 칠해가면서 본 흔적을 남겼더군요. 때로 볼펜을 사용하기도 하고 감탄사와 감상을 적어가기도 하면서요. “공공장소에서 애완경의 똥을 치우지 않은 되먹지 못한 여자”를 밑줄 그으면서 읽을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307쪽의 “heckler’s veto” 는 번역하시다가 잊고 그대로 남겨 두셨나 봅니다. 까치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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