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종말(Technolution)

테크놀로지의 종말5점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배명자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번역서의 제목은 무슨 생각에서 붙인 지 알 수 없습니다만, Technolution 은 언뜻 Technology 와 Solution 의 합성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본문의 내용으로 볼 때 Evolution 에서 온듯하네요. 하지만 ‘메타 테크놀로지’ 운운하는 부분을 보면 그리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여하튼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소위 미래학의 범주에 드는 책입니다. 테크놀로지의 본질과 그 의미를 더듬어 미래를 예측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전부 4부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으나 실패하고만 테크놀로지들을 살핌으로써 단지 가능하다는 것만이 테크놀로지의 생존조건이 아님을 보입니다. 비행선, 스카이카, 콩코드기, 세그웨이, 화상 전화, 전자책, TV2.0, 똑똑한 냉장고, 로봇 등을 이 범주에 드는 것으로 지적하고 하나씩 따져봅니다.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여기는 꽤 읽을만하고 기억해 둘만한 통찰들이 담겨있습니다. 2부는 테크놀로지를 인간과의 공진화 모델로 설명하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것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부분입니다. 다른 책들로부터 어설프게 축약한 내용들이고 개인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령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과 브루스 매즐리시의 “네번째 불연속”을 함께 읽으시면 더 훌륭한 분석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3부에서는 종합하여 하나의 테크놀로지가 미래에 생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위한 예측모델을 구축합니다. 문제는 진화모델의 한계인 예측능력의 부재가 여전히 적용되고, 시뮬레이션을 통한 검증 역시 가능하지 않습니다. 즉 자기 검증이 존재하지 않는 정성적인 예측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예언’이라고 하지요. 점쟁이의 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점집 찾아 다니시는 분들은 이 책에도 감동하실 것으로 제가 보증합니다. 예측 모델자체도 정성적이기 때문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입니다. 하지만 단지 기획 단계에서 참고할만한 정성적인 기준들이 필요하시면 참고하실 만 합니다. 마지막 4부는 총체적인 헛소리입니다. 저자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팬이라는 사실 외에 기억해 둘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라면 테크놀로지의 미래는 고사하고 미래학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저자는 아마 3부의 모델로 기업들의 기술을 평가해주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나 봅니다. 나의 적들에게 그 연구소를 소개해주라. 그나마 별2.5개를 주는 이유는 1부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번역자에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어떤 분야의 학술용어는 가급적 그 분야의 서적들을 참고하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엘드리지와 굴드의 이론을 “깨진 균형 이론” 이라고 하거나 이보디보(Evo-Devo)를 “진화적 발전 이론”으로 번역하면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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