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유니버스(Programming the Universe)

프로그래밍 유니버스8점
세스 로이드 지음, 오상철 옮김/지호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분야의 선구자중 한명인 세스 로이드가 “우주는 거대한 양자 컴퓨터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우주를 하나의 계산기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인데, 저자의 대답은 “그렇다” 입니다.

계산(Computation)이라는 것의 의미와 역사에 대한 기초적인 강의와 함께, 양자역학과의 결합으로 양자 계산이라는 방법론을 구현하고, 이를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 도구로 활용합니다. 저자의 야심은 그저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것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의 이론(TOE – Theory Of Everything)” 에 이르는 대안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책으로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 라는 책이 나와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이 책이 더 엄밀하고, 더 깊고, 더 어렵습니다.

책의 절반 정도는 양자 역학과 통계 역학에 대한 배경 설명에 할애됩니다. 그러니 본론은 그다지 분량이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옛 이야기들도 재미있고 새로운 부분들도 많습니다. 가령 정보(Information)를 사용하여 맥스웰의 도깨비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양자 중첩에 관한 “많은 역사” 해석 같은 것들이 대학 시절 배웠던 물리학 지식을 좀 더 최신판으로 개정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을 올바로 소개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책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을 잘 못써서 그렇기 보다는, 다른 책과 논문도 좀 찾아보고,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따져보고 계산해 본 후에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제가 준 별4개는 “잘 모르는 친구가 겉으로 드러나는 내용만을 보고 판단한 평점” 이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좀 더 실용적인 조언 하나를 더하자면,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의 정규 과목을 수강하지 않으신 분들은 피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양자 계산에 대해 꽤 세부 사항들을 따지지만, 때로 거시적이거나 패러다임적인 견해와 통찰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인용하고픈 구절들 몇 개 정도는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이해하지도 못한 것들로 선문선답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저는 잠자코 있으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튜링” 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네요. 좀 엉뚱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측면에서 한번 살펴봅시다. 최근 DNA 컴퓨터니 박테리아 컴퓨터니 하는 이야기들을 뉴스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사실상 고전적인 컴퓨터들이고, 고전적인 컴퓨터가 갖고 있는 계산 구조와 한계를 공유합니다. 물론 DNA 컴퓨터는 대규모 병렬화를 사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단지 숫자가 꽤 크다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고전적인 의미의 컴퓨터와 다릅니다. 때문에 그 능력을 활용하려면 고전적인 프로그램의 구조 역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양자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제외된 부분입니다. 그저 논리 소자 수준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프로그래머를 위한 책이 아니고 물리학자를 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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