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Perdido Street Station)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8점
차이나 미에빌 지음, 이동현 옮김/아고라

“쥐의 왕” 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꽤 오래 전 일이고, 서평을 쓴 것 같은데 다시 찾을 수가 없네요. 독일의 하멜른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을 모티브로 사용한 작품이고, 도시를 무대로 벌어지는 판타지입니다. 어번(Urban) 판타지라고 부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발상도 좋고, 개성도 있으며, 뭔가 가능성이 보이지만 아직 설익은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작가의 이력도 좀 특이합니다. 귀걸이를 잔뜩 단 영국 출신 공산당. 차이나 미에빌입니다.

“쥐의 왕” 다음에 쓴 두 번째 장편이 이 작품입니다. 아마 이 때부터 뉴 위어드(New Weird)의 기수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뉴 위어드가 어떤 사조를 뜻하는지는 부록으로 따라오는, 역자의 해설로 미룹니다. 일단은 대체로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류의 판타지를 혐오하는 경향이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갑시다. 절대 해피엔드로 끝나는 동화를 기대하실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DnD 식 구성은 남아있습니다. 더럽고, 억압된 도시 뉴크로부존(New Crobuzon)은 사실상 던전(Dungeon) 이고, 슬레이크 나방(Slake Moth) 은 용(Dragon)의 역할을 맡고 있지요. 한 무리를 이룬 주인공들이 던전을 탐험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모험극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아주 독창적인 바스락(Bas-Lag) 이라는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 세계는 마술(Magic)과 스팀펑크(Steampunk)와 사이버펑크(Cyberpunk)가 혼재된 곳입니다. 전작에서도 보이듯이 작가는 반인반수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갖 기형적인 존재들로 가득 찬 악몽을 펼쳐놓고 있습니다. 거의 1,000쪽에 가까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습니다. 다만 처음 300쪽 정도는 배경 설명에 할애하고 있으니, 꾹 참으셔야 합니다. 바스락을 무대로 하는 작품은 이 외에도 “상처(The Scar)” 와 “강철의회(Iron Council)” 가 더 있습니다. 제가 미에빌의 명성을 들은 것은 “상처” 인 것 같은데, 나머지 작품들도 출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판타지를 즐기시는 분들은 빠뜨릴 수 없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미심 적은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작’이라는 주인공이 토크(Torque)의 해악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부분인데,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의심이 더 커지기만 합니다. 언제 교보문고 들릴 때, 원서를 뒤져보아야 할 듯합니다. 문제는 이 것입니다. 번역본에는 수록이라는 곳에 “토크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제가 위키피디아에서 찾은 구절은 이렇습니다.

“That’s where they dropped the colourbomb in 1545. That’s what they said put an end to the Pirate Wars, but to be honest with you, Yag, they’d been over for a year before that [...]”

뒤에 따르는 대화로 보아, 이 “the colourbomb” 와 “토크 폭탄” 이 같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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