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과학 사기극(The Telephone Gambit)

지상 최대의 과학 사기극8점
세스 슐만 지음, 강성희 옮김/살림

책의 제목은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어쩌면 의도된)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지상 최대의”는 한 권이라도 더 팔아 보겠다는 발버둥으로 받아들이더라도, “과학 사기극”은 좀 심했습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의 전화기 특허가 범죄적인 책략을 통해 얻어졌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책입니다. 아마도 황박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려고 만든 제목이겠지만, “과학 사기극” 이라는 표현에 더 어울리는 책으로는 (지금은 절판된) 브로드와 웨이드의 “배신의 과학자들” 이 있습니다. 제목부터 신경 거슬리게 하지만 책 자체는 아주 재미있습니다.

저자는 1976이 되어서야 공개된 벨의 실험 노트와 엘리샤 그레이(Elisha Gray)의 발명 특허권 보호 신청서간의 유사점 때문에 조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Elisha Gray and Alexander Bell telephone controversy

배경에 보이는 것이 벨의 실험 노트 중 1876년 3월 9일자 기록 이고, 가운데 보이는 것이 1876년 2월 14일에 미국 특허청에 제출된 그레이의 신청서에 포함된 도안입니다. 일단 두 그림이 매우 유사하고, 시간의 선 후 관계가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레이는 모 대기업 TV 광고에서 잊혀진 2등으로 언급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저자는 탐정이 단서를 하나 하나 모아서 문제를 해결하듯이, 벨의 특허에 얽힌 의혹들을 조사해갑니다. 이 과정에서 (너무 오래된 사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의심의 여지 없는 확증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대단히 강한 정황 증거들을 찾아냅니다. 저자가 보기에 “벨과 그의 특허 변호사는 2월 14일 특허청에 제출된 그레이의 신청서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수한 후, 기술을 도용하여 자신의 특허 신청서를 작성한 후 같은 날 접수 시킵니다. 이 후에도 여러 변칙적이고 예외적인 방법들을 동원하여 특허권을 인정받습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잘 넘긴 후에는, 사업에 탄력을 받은 벨 전화회사의 지원으로 오늘날까지도 벨이 전화기의 발명자로 인정받고 있다.” 고 합니다.

예전에 “벨이 전화기의 발명가가 아니다” 라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하는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만 모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낸 책이 이 책입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이유 있는 의혹이다” 입니다만, 여러분들은 어떨까요?

보너스로 벨과 에디슨이 활약하던 시절과 농아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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