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길을 잃어라(Crashing Through)
마이크 메이라는 시각장애인이 있습니다. 세 살 때 폭발사고로 시력을
잃었습니다. 로버트 카슨이라는 작가는 사고 이후에 메이가 어떤 식으로
장애를 극복해가는지 보여줍니다. 그의 방식은, 그리고 그의 어머니의
방식은, 무모할 정도로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에 목숨을
건다." 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요? 상처투성이 영광의 시간 후에 40대 중반의
사업가가 되어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네비게이션을 개발하는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에게 한 의사가 놀라운 제안을 합니다.
각막 주변의 줄기세포를 함께 이식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었는데, 메이의
경우가 이 치료법으로 시력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민 끝에
메이는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40여 년을 보지 않고 지내는 동안 보는 것과
관련된 고급 기능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것입니다. 1년이 지나도 얼굴을
알아보지도, 글을 읽지도 못하는 겁니다. 이 책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극복하거나 좌절하는지, 그들이 동료와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다른 하나의 이야기는 '본다는 것' 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본다' 는 행위에 눈과 뇌가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엿볼 수 있는,
독특한 임상사례를 자세히 뜯어봅니다. 한 환자에 대해 집중함으로써 좀 더
총체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점이 올리버 색스와 같은
작가의 글과 차별되는 점입니다. 시각장애인에 관한 조사를 하던 도중 우연히
발견한 책입니다. 그들의 생활과 맹도견에 대해 참고할만한 것이 있을까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과는 딴판이더군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스토리"
로 분류할만한 책이 아니라 좋습니다. 그렇다고 감동이 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영화화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메이라는 사람은 소위
'슈퍼장애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 내용들이
좀 있습니다. 메이는 "반향정위(Echolocation)"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박쥐처럼 튀겨서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 물체를 감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입으로 초음파를 쏜다는 뜻은 아니고 음성이나 발자국, 지팡이 소리
등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시험해보기 전에는 믿을 수가
없군요. 한편, "시각장애인은 메모를 할 수가 없구나. 모조리 암기해야
하는구나." 와 같은 간단한 사실을 깨닫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