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포칼립스

로보포칼립스 - 8점
대니얼 H. 윌슨 지음, 안재권 옮김/문학수첩

제목만 들어도 로봇 반란이야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를 통해 너무 많이 접한 주제라 식상 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소재입니다.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내려 놓기가 힘듭니다. 로봇 공학박사라는 배경이 설명해줄 수 있는 사실감도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수준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사실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엔지니어의 대화 내용이 근 미래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뭔가 약간 구식인 것 같으면서도, 아마 실무자들은 그런 선택을 했을 것 같은 그런 것들. 그렇다고 기술적인 미래 예측서는 아닙니다. 판타지에 가까운 기술적 도약이나 그냥 이야기를 위한 내용물 없이 껍데기만 있는 장치들도 많습니다. 종의 생사를 두고 몇 년간 벌이는 전 지구적 규모의 전쟁이 몇몇 등장 인물들의 결투로 판가름 나거나, 미국인들 외에는 전쟁터의 시체뿐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병참의 규모와 방법은 물어서는 안 되는 금기로 취급되는 식의 구성은 헐리우드 감독들을 위한 배려 같아 보입니다. (실제로 스필버그가 영화로 만든 다는군요.)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흡입력은 대단합니다. 재미있는 스릴러 찾으시는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