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 나온 킨들이 도착했습니다. 사실 8월말에 도착했으니 좀 묵은 소식입니다. 남들처럼 언박싱 동영상도 올려드리지 못했군요. 늦게나마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일단 구체적인 구매 내용부터 말씀 드리지요. 8월 초쯤인가 새 킨들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마존에 가보니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고 첫 화면에 광고가 붙어있더군요. 지금도 비슷한 광고가 붙어있습니다. 별 기대 없이 이리저리 클릭하다가 한국 배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킨들 모델은 아직 한국 배송이 안되고, 오직 이 모델만 가능합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주문 들어가니 예약판매 첫날 접수한 손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8월 27일부터 배송한다고 나오더군요. 배송 방법은 DHL입니다. 그런데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악서서리를 살펴보다 보니 신제품 하나가 보이더군요. 북라이트가 내장된 가죽 케이스입니다. 뭐 그리 대단하냐고요? 이 놈은 전원을 킨들로부터 끌어다 쓰는 놈입니다. 따로 충전하거나 배터리를 갈아 끼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요. 화룡점정. 참을 수가 없어 마저 주문했습니다.
자 그러면 누크(Nook), iPad, Galaxy S, iPhone 모두 갖고 있는 놈이 왜 킨들을 또 주문했을까요? 그리고 킨들이 도착한지 거의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목적은 책을 보는 것입니다. 게임 한다거나 웹 브라우징 하자는 것이 아니지요. 그 것도 집에서나 밖에서나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고 싶은 겁니다. 부수적인 목적은 각종 파일을 보는 것입니다. 논문, RFC, 매뉴얼, 데이터 시트, 테크니컬 리포트등을 갖고 다니면서 볼 수 있다면 더 좋다는 뜻입니다. 그 밖에 웹으로 접근할 수 있는 중요 문서들에 접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이렇게 보면 iPad 는 탈락입니다. 일단 지나치게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가 힘겹습니다. 약 3주간 iPad를 들고 다니면서 iBooks, Stanza, Kindle for iPad, Nook for iPad 로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믿으세요 iPad는 책 읽는데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어쩌다 가끔 아주 잠깐 책을 읽을 수도 있는 기계일 뿐입니다. 웹 접근 성만이 유일한 장점입니다.
iPhone 과 Galaxy S 는 사실 킨들의 대안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휴대성이 극단적으로 높다는 것인데, 흔들리는 버스간에서 한 손으로 손잡이 잡은 상태에서 보거나 틈틈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 폰 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작은 화면 때문에 가독성에서 누크나 킨들의 상대가 되지는 못합니다. PDF 지원도 누크보다는 훌륭하지만 킨들에 미치지 못합니다. 웹 브라우저의 조작성은 뛰어나지만 역시 작은 화면 때문에 킨들이 제공하는 풀 브라우징 능력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때문에 저는 스마트 폰이 누크나 킨들의 대체 수단이라기 보다는 보안적인 수단이라고 보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iPhone 과 Galaxy S 를 비교하자면 Galaxy S가 더 뛰어납니다. 두 기종 모두 Kindle 과 Nook 와 책을 공유할 수 있는 앱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공급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화소 밀도에 있어서 Galaxy S 가 1.5배 정도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Galaxy S 가 제공하는 WiFi AP 기능은 누크와 킨들에게 상시 3G망 연결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끝내주는 조합이 됩니다. 하지만 현재 Kindle for Android 앱은 특수문자 포맷팅에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곧 고쳐지리라 기대하지만 지금 당장은 불편하네요. iPhone 4 가 나오면 선명도에서 다시 역전하겠지만 Wifi AP 는 탈옥하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이 때문에 iPhone 을 버리고 Galaxy S 로 갈아탈까요? 그럴 리는 없지요. 결론적으로 저는 iPhone, Galaxy S, 킨들 이렇게 3개 들고 다닙니다.
자 그러면 마지막으로 누크와 킨들이 남습니다. 누크가 있는데 왜 킨들을 샀냐고요? 결정적인 이유는 컨텐츠 때문입니다. 첫째로 누크에 비해 킨들에 엄청나게 책이 많습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절대적인 권수는 아마 누크쪽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막상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어보세요 당장 읽고 싶은 책들이 어떤 책방에 있는지. 제 생각에 한국에서 전자책 시장이 열리지 않는 이유는 컨텐츠 때문입니다. 몇일전에 실험삼아 인터파크의 비스킷을 위한 전자책을 하나 하나 살펴봤습니다. 장바구니에 넣고 싶은 책은 박민규의 소설 한 권뿐이었습니다. 그 한 권을 읽으려고 비스킷을 사라고요? 터무니 없는 소리입니다. 사실은 그나마 종이 책으로 이미 읽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누크를 파는 반스앤노블이 글로벌 기업이 아니기 때문인지, 미국 외의 지역에 책을 팔려고 하지를 않는 겁니다. 매번 구매할 때마다 미국 내에 있는 프락시를 경유해서 주문하거나 현지의 친구에게 클릭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짜증이 나더군요. 셋째는 누크의 PDF지원에 아주 아주 심하게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가로 보기를 지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포맷팅도 깨지기 일쑤라 사실상 쓸모가 없습니다. 그나마 웹 브라우저로 오랠리의 사파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위안거리입니다. 그래서 킨들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지금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킨들이 ePub 포맷을 지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기는 할 것 같습니다.
새로산 킨들은 일단 엄청 가볍고 작습니다. 콘트라스트도 누크보다 훌륭하고, 무엇보다 화면 전환 속도가 끝내줍니다. 종이 책 넘기는 속도보다 느리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한 손으로 잡고 페이지 넘길 때의 조작성도 누크 보다 좋습니다. 수동이지만 가로 모드가 지원되고 이 때 PDF 문서 정말 읽을 만 합니다. 아직 포맷팅 깨지는 PDF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기기 마다 할당되는 메일 주소로 파일을 보내면 자동 변환되어 킨들로 들어오는 기능은 생각보다 편리합니다. 다만 마지막 읽은 페이지를 기기마다 동기화 해주는 기능은 쓸모 없다는 느낌입니다. 책 보다 보면 가끔 하이퍼링크 따라 책의 뒷 부분을 갔다가 돌아올 때 가 있는데, 일단 이렇게 되고 나면 기능이 쓸모 없게 됩니다. 아직 실험적 기능이라고 분류되는 웹킷(WebKit) 기반의 브라우저는 아주 멋지게 동작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렐리 사파리의 모바일 버전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일단 로그인 화면으로 가면 키 입력이 안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제는 오렐리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킨들3 사용자를 위한 안내문이 등장했습니다. 열심히 원인을 찾고 있다는 군요. 하지만 이외의 다른 사이트에서 문제를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 케이스에 내장된 북라이트는 술 마시고 새벽에 귀가하다가 택시에서 한번 써 봤습니다. 북라이트 만으로 책 읽을 만 합니다. 케이스도 뒤로 완전히 젖혀져서 한 손으로 잡고 읽기 편합니다. 와이파이 끈 상태에서 완충 후 4주 간다는 배터리 수명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거의 일주일 째 갖고 놀고 있는데 배터리 눈금 얼마 줄지 않네요. 한글은 입력을 제외하고는 잘 지원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용이 궁금하시지요? 킨들이 $139, 케이스가 $60, DHL 배송비가 $27, 관세와 부가세를 합쳐서 34,000원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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